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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그리고 춘기소녀

기억상실증

by 춘기소녀 2025. 11. 8.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나의 모든 기억이 사라지기를.

 

일상의 어느 순간, 나의 기억이 멈추어지기를.

 

나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불안과 책임과 분노와 좌절과 자책과 후회가 한 점 없는.

오롯이 나 홀로 있을 그 어느 때로.

나의 기억이 그 어디메로 데려가 주기를 하루에도 수십번 기도한다.

 

지금의 현실이 너무 괴롭고 힘들 때면 

영화 속 주인공들은 잘도 기억상실증에 걸리더니.

하물면 너무 큰 충격에 한낱 갈대처럼 픽하고 잘도 쓰러지더니.

 

인생은 영화같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

 

나에게는 그 어떤 혼절도

그 어떤 기억상실도 없이

쓰나미처럼 들이닥치는 모든 것들을 

맨 정신으로 때려 맞고 있다.

 

나를 보호해 줄 방파제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 방파제가 나의 기억을 송두리째 가져가면 좋으련만.

 

나는 오늘도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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